반갑습니다. 저는 부산지역 일반노동조합의 조합원입니다. 사이버 노동대학을 설립한다는 소리를 듣고 묻혀버린 소망이 떠올라 많이 설레었습니다.
저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열 일곱 살 때부터 경기도 부천의 공장에서 공장 일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장은 주야 맞교대로 작업을 하였고 다락방의 영어참고서며 국어참고서는 먼지만 쌓여갔습니다. 일년동안 작은 돈을 벌어 부산으로 내려와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이 ?노동은 신성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전태일 열사를 알게되고 현대중공업노동자의 투쟁을 보면서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10시가 넘어야 들어오는 어머니가 자랑스럽고 말없이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올바르게 보였습니다. 노동이 신성하다는 것을 깨달은 저는 노동자대학 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책을 접하면서 설레게 되었습니다. 대학이었습니다. 이제 보이기 시작한 세상을 더 넓게 보여주는 학습 ! 그것을 위한 대학이었습니다. 그러나 군부의 서슬 퍼런 칼날 때문이었는지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양산의 타이어 공장을 다니면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만들어야 된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되는지 너무나 막막했고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결국 좋은 녀석이라는 소리만 듣다가 군대에 입대했고 다시 사회에 나와서 단체에서 하는 강연이나 집회에 참석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선배와 학습을 하려해도 사람이 모이지 않아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럴 때 한겨레신문에 나오는 노동강좌는 먼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몇몇 선배들은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신자유주의라는 놈이 이 나라를 침략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도대체 현장의 형님이나 동생들에게는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답답한 시간들이 가면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위원장님이 시키는 것만 하는 철부지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턱대고 열심히 노동조합의 일을 하면서 더욱더 노동자대학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목마르던 대학이 새 천년과 함께 사이버 노동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습니다.
숭고한 열사의 희생과 자본에 대항해 온몸으로 저항하며 투쟁하는 선배동지들의 치열한 투쟁으로 결실을 맺은 사이버 노동대학 ! 이제 자신이 없어 입안에서만 맴돌던 전태일 열사가 만들어 내고자 했던 세상을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온 힘을 다해 참된 현장활동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하는 노동자가 될 것이며 세상을 바꾸는 젊은 동력이 될 것입니다. 사이버 노동대학 동지들이여 주먹을 불끈 쥐고 공부하고 실천하는 노동자가 됩시다.

부산지역 일반노동조합 조합원 김지찬